'미스터리'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14.11.05 무당거미의 이치
  2. 2012.02.19 교고쿠 나쓰히코
  3. 2011.06.13 수수께끼 풀이는 저녁식사 후에



무당거미의 이치

(1996)


지은이: 교고쿠 나쓰히코

옮긴이: 김소연

출판사: 손안의책 (2014년)



솔직히 말해 책이 그리 두껍지도 않고, 전작 <철서의 우리>처럼 책끈이 달려 있는 것도 아닌데 세 권으로 나왔다는 것에 조금 씁쓸함을 느꼈다. 충분히 두 권으로 나와도 될 양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상중하 각 권마다 표지그림이 조금씩 달라 신경썼구나 하는 것으로 억지로 위안삼았다.

그런데 상권의 3분의 1쯤 읽다가 뭔가 떠올라 확인해보니, 모든 문장이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서 이어지는 일 없이 전부 그 페이지 안에서 끝나게 되어 있었다.

실제로 일본에선 나쓰히코 본인이 "독자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며, 문장이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지 않게 직접 각 페이지를 다 레이아웃 잡아서 출판사로 넘긴다는 얘길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역시 번역판에서는 무리겠지하고 기대도 안 하고 있었는데 이번엔 출판사에서 이렇게나 신경을 써준 것을 확인하니 세 권으로 나온 것이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상술이라고 속으로 비난했던 것이 미안하다.


그런데 사실 첫 장부터 페이지 넘기기가 너무 힘들었다.

특유의 지루하고 장황한 설명, 왠지 크게 상관이 없어 보이는(꼭 그렇진 않았지만) 주변 이야기들을 길게 서술하느라 내용이 지루하여 읽기 힘들었다.

상권의 끝부분에 가서야 재미가 있어지고, 시리즈의 고정인물들이 하나둘씩 등장하면서 속도가 빨라질 수 있었다. 그때부터는 재미있게 술술 읽혔지만 몇 가지 각각 다른 사건들이 하나로 이어지면서, 역시 앞부분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단점이...

이 작품에서 몇 가지 실험을 하고 있다는 것이 보여지는데, 예를 들어 첫 부분과 끝부분이 이어지는 것 등이 그렇다.

<철서의 우리>와 같은 시기의 내용이라는 설정은 시리즈가 정착되고 캐릭터들이 많아지면서 생긴 작가의 여유라고 느껴진다. 부럽다.


나쓰히코의 또 하나의 장기는 눈 감아버리고 싶은 싫은 인물, 싫은 상황의 묘사를 내 감정 따윈 개의치 않고 풀어나간다는 것이다(당연하지). 뭐, 다행히도 잘 끝났지만.

그동안 막연하게나마 느껴왔지만, 이 작품을 읽고 새삼 느낀 것은 나쓰히코의 글에는 허세가 가득하다는 것이다. 조금씩만 자제하면 더욱 대중적이고 깔끔히 정리될 것 같은 부분들이 많은데, 문체가 다소 이상해도 이야기의 힘으로 그 부분을 극복해가는 것이 대단하다.

특정 요괴에 관련지어 요괴가 직접 등장하지 않으면서도 연상시키는 이야기를 만들어간다는 점은 정말 존경스럽다.  


그나저나 나쓰히코 작품들의 번역 출간속도는 너무 느린데, 빨리 다음 시리즈도 보고 싶다. 이러니 저러니해도 기다려진다.

여담이지만 김소연 번역가는 내가 좋아하는 취향을 상당히 많이 작업하셨는데(주로 손안의책 출판사), 미야베 미유키의 에도 시리즈 중에 <피리술사>만을 작업하지 않은 걸 보니 이 작품이랑 시기가 겹쳐서 이쪽만 하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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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닛코

 

이미지는 공식 홈페이지 및 인터넷 곳곳에서 채집하였음을 알려드립니다.
이미지 구하기가 참 힘들었음을 그냥 알려드립니다.

교고쿠 나쓰히코 (Natsuhiko Kyogoku, 京極 夏彦, 1963.3.26~)는 디자인 회사를 운영하는 디자이너이기도 하다.
그래서 다른 작가의 책 표지를 디자인하기도 한다.
94년에 첫 소설인 <우부메의 여름>을 직접 출판사로 들고 간 이후로, 각종 상을 수상하는 유명 괴기 소설가가 되었다.
또한 그는 일본 및 동아시아의 요괴민속학에 정통한 인물로, 그것들을 바탕으로 소설을 쓰지만 실제로 요괴는 직접 작품에 등장하는 일은 없고, 은유적으로 절묘하게(주로 인간의 내면을 반영한 산물로서) 이용된다.
추리소설인 교고쿠도 시리즈나, 모험시대극인 항설백물어 시리즈 등 그의 각종 작품에 넘치는 요괴지식을 활용하고 있다.

특이한 것은 그는 자신의 작품에 대해 철저할 정도로 지키고 있는 신념이 있는데, 문장이 페이지를 넘어가지 않도록 한다는 것이다.
한 페이지 안에서 모든 문장이 끝나도록, 즉, 그 문장이 끝나기 전에 페이지를 넘기는 일이 없도록 지켜서 작품을 쓴다고 하는데, 이것을 지키기 위해서 레이아웃, 표지, 서체, 삽화 등 책 전체를 전부 디자인하여 그대로 출판사에 들고 간다고 한다. 너네는 이대로 찍어내기만 해라-라는 것이다.
자신의 작품이 나중에 문고본으로 다시 출간될 때엔 문고본 사이즈에 맞게 직접 이 작업을 다시 한다고 한다.
집요하다고나 할까.

유난히 두꺼운 책들이 많아 "벽돌책"이나 "주사위책"이라고 불리우는 그의 작품들은 솔직히 중간에 살짝 지루해지지만, 이렇게 길게 쓸 수 있는 능력이 부럽기만 하다.
작품의 기괴한 특성 탓에 만화, 애니메이션, 드라마, 연극, 영화화 된 작품들이 많다. 심지어 직접 성우나 배우로 참여하기도 한단다(얼굴은 재미없는 코미디언 같은 생김새이지만).
미야베 미유키, 오사와 아리마사와 함께 사무실을 같이 쓰고 있다.

아직 국내서점에 코너가 따로 진열될 정도로 팔리는 작가는 아니지만, 팬들이 꽤 있음은 분명하다.

 *파란색은 국내 번역출간 된 작품
#교고쿠도(京極堂) 시리즈

우부메의 여름

망량의 상자

광골의 꿈

철서의 우리

무당거미의 이치 

Nuribotoke no Utage, Utage no Shitaku

Nuribotoke no Utage, Utage no Shimatsu

陰摩羅鬼の瑕

Jyami no Shizuku

백귀야행-음

백기도연대-우

Konjakuzokuhyakki-Kumo

백기도연대-풍

백귀야행-양 


#항설백물어 시리즈

항설백물어
 
속 항설백물어

후 항설백물어

전 항설백물어

#고전개작 시리즈
 
웃는 이에몬

엿보는 고헤이지

#Dosukoi 시리즈

Dosukoi Kari

Dosukoi Yasu
 
Dosukoi

#기타 소설

루가루

싫은 소설

죽지 그래



 
 


Posted by 닛코

제목과 표지의 일러스트, 광고문구 등만 보고,
이 책은 무조건 재미있겠다!라고 확신하여 구입했다.
그리고 그 확신이 맞아서 기쁘다.
히가시가와 도쿠야라는 손병호 게임에 나오면 어울릴 듯한 어려운 발음의 작가가 쓴 미스터리 소설로,
일본에서 많이 팔리고 상도 받고... 뭐 그런 베스트셀러라고 한다.
소설은 등장인물의 캐릭터에 재미있고 강한 매력을 부여한 뒤,
철저히 그것에 의지해 이야기를 전개시키고 있다.

주인공인 호쇼 레이코는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초재벌의 딸이지만, 정체를 숨기고 형사로 일하고 있다.
그녀의 상관인 가자마쓰리 경부는 보통 재벌그룹의 아들로, 잘난 맛에 살고 있는 밉지 않은 사람이다.
그렇지만, 사건의 해결은 이들이 아니라, 레이코의 새로 온 젊은 집사인 가게야마가 해결한다.
수사를 마치고 집에 들어와 고급 저녁식사를 마친 레이코가 이 집사에게 사건을 이야기해주면,
자신이 모시는 아가씨를 무시하는 독설을 늘어놓으며 듣는 것만으로 사건을 해결하는 구조이며,
가장 큰 재미도 그 부분에서 발생한다.
정통 미스터리라고 하진 못하겠지만, 가볍고 재미있는 내용에 비해 트릭은 확실하다.

6개의 사건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앞에서 말했듯이 주요 캐릭터 위주로 이야기를 전개하므로,
범행의 동기따위는 "나중에 듣지."라는 식으로 때론 생략되기도 한다.
대사나 상황 등에서 나오는 웃음 포인트와 새로 온 집사와 서로 독설을 주고 받으면서도 점차 친해지는 전개는
충분히 만화나 드라마로 만들어도 좋을 정도인데,
만약 영상화된다면 누가 주인공을 맡으면 좋을까 생각해보는 것도 재미있겠다.
난 일본 배우들을 많이는 모르므로 굳이 생각하고 싶진 않지만.
그보다는 작가가 후속 시리즈를 연재하기 시작했다는 소식이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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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닛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