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하게 볼 수 있는 시사. 설마설마 했는데 그 정체는 사자였다.


이 날은 드디어 클럽메드를 떠나는 날이었다.
11시에 체크아웃을 하고 5시까지 빈둥거려야 하므로, 바에 죽치고 앉을 수도 있었지만 모처럼 온 일본인지라, 밖으로 나가기로 결정했다.

오키나와의 상징물인 시사(사자) 장식품을 사기 위해 부띡에 들렀다가 친절하고 다정한 타이완 GO 아키씨에게만 겨우 작별인사를 하고(너무 다정하고 좋은 사람이었다.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더니 연예인 누구닮았다고도 해주고),
촌장님과 한국인 GO들(제니씨와 아라씨)의 환송을 받으며 이시가키 시내로 나가는 버스에 올랐다.

이름하여, “이시가키 비프투어”인데, 이시가키의 명물 중 하나로 소고기가 유명하단다.
왠지 방사능 유출 와규가 연상되긴 했지만, 어차피 여긴 일본.
미리 사전조사를 해본 결과 해류도 반대방향인지라 믿고 죽 먹어왔으니, 비프도 믿고 따르기로 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반찬만 찍었다. 김치와 간장, 육회샐러드. 고기와 밥을 보고 흥분을 했던 탓이다.

시내라고 해봤자 이시가키는 한적한 시골의 소도시였다.
운전기사의 안내에 따라 야키니쿠 집으로 들어갔다.
음료도 원하는 걸로 하나 고를 수 있고, 김치랑 반찬도 조금이나마 걱정보단 많이 주고, 밥을 상당히 많이 주어 선입견을 깼다.
고기는 점심식사용으로 딱 알맞은 양이었는데, 마블링이 정말 곱디 고왔다.
맛도 좋고.
다 먹고 가도 되는 건가 멀뚱멀뚱 있다가 직원을 불러 물어본 뒤에 가게를 나왔다.
유명인사들이 사인을 벽에 걸어놓았는데, 누가누군지 알아야지 원.


이 예쁜 건물은 PC방

이 날도 엄청 뜨거워, 밖엔 나다니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대부분 차를 타고 다니고(날이 더워서 성격들이 느긋하다더니 속도도 정말 느리다), 드물게 걸어 다니는 사람들도 양산이나 팔토시를 껴서 피부를 보호하고 있었다.
그런 정도이니 내 목과 팔은 타는 듯이 따가울 수밖에.
경차를 많이 타고 다니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큐브.를 정말 많이 타는구나.

긴치마를 입은 뽀얀 피부의 예쁜 주부(추정)가 자전거를 타고 내 쪽으로 달려와 지나가는데,
마치 영화 속의 한 장면 같았다. 하아-
시원한 맥도날드에 들어가서 맥카페 아이스커피를 시켰는데, 가격이 의외로 우리랑 비슷한 정도이다.
더운 곳이기도 하거니와 소도시다 보니 사람들이 많이 왔는데, 인터넷을 할 수 있는 시설도 잘 갖춰져 있었다.
직원이 영어를 너무 잘해 오히려(?) 내가 못 알아들을 정도였다.

맥도날드를 나와 조금 더 가니 그 유명한 모스버거도 있었다. 여기도 사람이 바글바글.
소품가게를 구경하고(정말 처음보는 것들이 많다!), 대형 빠찡꼬를 두 군데나 지나치며 슬슬 걸어 다녔는데, 뜨거워서 그렇지 하늘은 정말 예쁜 곳이다.


예쁜 골목의 입구

길 건너편으로 가보니까 예쁘게 기획적으로 꾸며놓은 골목이 있었다.
소품가게, 카페, 옷가게 등이 자리 잡고 있었는데, 역시 소품가게는 사고 싶은 것이 많았지만 너무 비싸!
오키나와의 명물인 고야와 시사, 물소, 베니모(자주색 고구마), 해조류 등은 상품화되어 있는 것이 많았다.
특히 고야와 시사는 각종 캐릭터 상품이 많았는데, 헬로키티나 “원피스”, “가면라이더” 등의 캐릭터들과 결합되어 나와 있는 것들이 정말 많았다.
대충 구경하고 골목을 나와 대형 창고 같은 곳들을 하나하나 들어가봤다.

한 군데는 망가와 DVD, CD를 렌탈하는 곳이었고(음악 CD를 렌탈한다는 것은 좀 이상했다), 아니메, 드라마들이 가득했다. 전대물 시리즈들이랑 명탐정 코난 극장판 시리즈 등등.
혹시나 해서 한국 드라마들을 찾아봤는데 찾지 못했다. 분명히 있을 것 같은데.
아니면 아직 이런 작은 곳까지는 한류가 미치지 않았나?


홍차콩빙수. 떡이 놀라울 정도로 말랑말랑하다.

다시 아까 봐두었던 Genia라는 카페로 들어가 팥빙수를 시켰다.
둘이 먹어도 충분한 양임을 직원과 몸짓으로 확인하고 하나를 시켰는데, 작지만 깔끔한 것이 분위기가 좋았다.
주부들이 많이 왔다.
빙수는 홍차로 얼음을 만들어 갈아놓은 것으로, 팥이 아니라 강낭콩이었다.
맛이 꽤 괜찮아서 하나 더 시켜먹었다.

그리고 MAX VALU라는 창고형 대형매장을 구경했는데(진저에일을 사마셨다), 우리나라 마트에는 미치지 못했다.
천엔샵이란 곳은 알고보니 다이소였다.
그런데 우리나라에 있는 다이소보다 물건이 훨씬 좋고 다양했다. 일단 일본에 있는 것이다보니 일본제품도 상당하고.
여기서 조카를 줄 선물을 조금 산 다음에 서점에 잠시 들어가 구경을 했다.
전면에 그라비아 잡지들이 주욱 진열되어 있는 것은 확실히 문화적 차이를 느끼게 했다.

아무튼 그렇게 시간은 흘러, 다시 이시가키 공항으로 가니 함께 사진찍지 못해 아쉬웠던 한국인 GO(리셉션 담당 레나씨)가 마중나와 있었다.
공항에서 함께 사진을 찍고, 기념품 가게를 두루두루 구경하고 비행기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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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닛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