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어제부터 여긴 자외선이 강하니까 화상 입는 사람이 있으니까 조심하란 얘길 들었는데, 그게 나다.

아침에 일어나 베란다 문을 여는 순간 절감했다.
그 뜨거움이란 말로 표현 못할 정도로, 저녁 무렵까지 수영장이나 바다에 들어갈 엄두를 내지 못했다.
얼굴만 신경 써서 자외선 차단제를 발랐는데, 미처 생각 못한 목 뒷부분과 팔에 가벼운 화상을 입고 말았다.

잠을 조금씩밖에 못자다가 여행을 오는 바람에 아침 먹고 방으로 돌아오니 잠이 쏟아졌다.
햇볕도 뜨거우니 에어컨 있는 방에서 TV 좀 보자 하는 생각에 누워 있다가 깜빡 잠이 들고 말았다. 그런데 일본 TV 프로그램들은 우리랑 꽤 비슷한 면이 있는 것 같다.

다른 빌리지의 바에는 있는 해피아워가 없는 대신에, 카비라의 바는 늘 무료이다!
칵테일, 오리온 생맥주, 슬러시, 커피, 주스, 사케, 와인 등등!!
몇 가지 술 종류만 빼고는 전부 무료이며 가끔 간식도 제공해준다.

좋아하는 마가리타를 실컷 마시고 싱가포르 슬링이나 블러디 메리까지 중독자인양 맘 놓고 쉴 새 없이 마셨다.
조금 눈치가 보이긴 했지만, 바텐더 역할을 하는 바의 GO들도 너무 친절해서 눈치를 주는 일은 없었다.

좀 선선해진 것 같아서 해변에 가보니 작은 바위섬이 있었다.
제법 큰 게들이 바위에 붙어 있었다. 모래사장은 곱지 않아 우리의 것과 비슷했지만, 소라게가 정말 많았다.

작은 야산이 두 개 보이는데, 크기도 작지만 모양도 우스꽝스러운 것이 특촬영화를 찍기 위해 만들어놓은 미니어쳐 세트장 느낌이다. 자꾸 보니 귀엽기까지 한 것이 왠지 일본과 잘 어울리는 것 같아 정감이 들었다.

빌리지 규모가 작은 만큼(시설들이 밀집해 있을 뿐이지 전체 면적은 결코 작지 않다) 식사메뉴도 적은데 그것이 일본스럽다고 해야 할까,
오믈렛을 미리 만들어놓아 양파나 기타 재료들을 내가 선택해서 먹을 수 없다는 것이 실망스러웠다. 아침마다 오믈렛을 주문해서 받아먹는 재미가 꽤 좋은데.

후리카게나 레토르트 식품이 있는 것도 카비라의 특색이지만, 여기 빵은 특히나 정말 맛있다. 다양한 치즈를 맛볼 수 있는 것도 클럽메드의 장점이다.

저녁에 비빔밥이 나왔을 때는 사람들이 줄을 서서 먹을 정도로 맛이 좋았다.
이곳 특산물로 고야 Goya와 무슨 해조류가 있는데, 음식에 자주 나왔다.
특히 고야는 각종 캐릭터 상품도 나와 있었다. 고야는 오이나 수세미 같이 생긴 채소인데(그 일종일 것이다) 정말 맛이 쓰다.
이것이 몸에 좋다는 결과가 나와서 유명해졌다고 하는데, 너무 써서 도저히 먹지 못하겠다.
무얼 먹어도 고야보다 맛있을 정도였다. 순전히 주관적 견해이긴 하지만.

오늘은 한국드라마에 빠진, 그야말로 TV에서나 보던 한류팬 아줌마의 가족이랑 식사를 하게 되었다.
우리말도 조금 할 줄 아시는데, “시크릿 가든”의 윤상현이나(현빈이 아니라!) 2PM, 카라, 서울에 대한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마침 같이 식사를 하던 일본인 GO가 물어봐주어 일본연예인 이름을 대는데, 평소에 자주 듣던 노래의 가수나 아는 배우들의 이름이 갑작스레 생각이 나지 않는 것이다.

혹시 모를까봐 조바심 내며 이야기한 Bonnie Pink는 다들 잘 알던데, 의외로 MISIA를 아무도 몰라서 당황스러웠다. 급히 화제를 아오이 유우와 오다기리 조 등으로 돌렸는데, 헤어진 뒤에서야 가수와 배우들 이름이 줄줄이 떠오르지 뭐야. 한심하다 정말.

타이완에서 온 GO가 밤에 별이 가득하다고 했는데, 정말 별자리가 보일 정도로 많았다. 별들이 높낮이가 다른 것이 느껴져 경이로웠다.
여긴 야간조명이 거의 없어서 저녁 8시만 되어도 너무 깜깜해 돌아다니기 힘든데, 조명이 없어서 별이 잘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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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닛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