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시까지 다시 타오위엔 공항에 가야하므로, 역시 아침에도 타이페이 시내를 나가는 일 따위는 무리였다. 이럴 줄 알았으면 애초에 기대도 하지 말 것을.
이런 이해 안가는 여행일정은 싼 값에 카비라를 가는 비행기표를 얻기 위한 아이디어였던 것이다.


공항 화장실의 예술작품들. 저 모자이크 시리즈는 곳곳의 화장실마다 다른 동물로 표현되어 있었다.

아침도 훌륭히 먹어주고 일찌감치 공항으로 떠난 우리는 역시 보딩패스 시간이 남아서 공항을 헤메이다 지하에 버거킹이 있음을 발견하고 환호를! 지르고 싶었지만 그렇게 까진 못하고.

여기 버거킹은 한자로 한보왕.이라고 표기한다.
그래서 어서오세요, 한보왕입니다!(아마도)라고 홀로 카운터에 앉아있는 직원이 인사한다.
집게리아의 징징이 자리 같은 구조인데, 특이한 점은 음료를 시키면 빈 종이컵만을 준다.
우리가 직접 따라 마시게 되어 있어 리필도 부담 없는 훌륭한 방식이었다.

이 좋은 걸 왜 우린 안하는 걸까, 음료 값 얼마나 한다고.
아이스티, 콜라, 커피를 골고루 마셔가며 앉아서 타이완의 안내책자들을 보며 시간을 때웠다.
어니언링은 이름 그대로 양파원.이라고 부르더라.

보딩패스를 받는 시간이 되어 나갔는데, 어이없게도 일행임에도 불구하고 따로 앉게끔 티케팅이 되어 있었다.
한국말을 조금 아는 대한항공 타이완 직원(발음 괜찮던데)과 타협을 시도한 결과, 한국 승객들끼리 바꾸는 절충안을 택했다.


디즈니 샵

다시 출국장 쪽으로 들어가 남은 타이완 달러를 탈탈 털어 고디바에서 먹어주고, 기념품 가게와 서점에서 몇 가지 물품을 산 뒤에 산리오 매장에 들어갔다.
산리오 매장은 가장 끝 쪽 게이트 근처에 있는데, “떠나는 마지막 게이트(더 세련된 문구였는데 기억엔 대충 이런 의미)”라는 광고문구가 센스있었다.


이제 이곳도 안녕.

만다린 항공에서는 짧은 비행시간 탓에 식사 대신 샌드위치를 주는데, 함께 나오는 파인애플 과자가 좀 독특하다. 후렌치파이 파인애플맛이라고 할까.

여기서 집어든 타이완 신문에선 뜻밖에도 이효리 부모님에 대한 기사가 크게 실렸다.
한국에 폭우가 내려... 이효리 부모가... 더 이상은 한자를 잘 몰라 해석이 안 되었는데 큰일을 당한 건 아닌지 걱정이 되어 아무리 살펴봐도 아는 글자가 거의 없었다(타이완이 한자만 쓰니까 일본보다 더 어려웠다).

여기서는 대한항공을 탔는데, 한국인 승무원들을 보니 반가웠다. 한국인 승무원들이 더 예쁘고 더 친절하다.
<서커펀치> 영화를 보며 어영부영하다보니 어느덧 인천공항.

기껏 자동입국심사를 힘들게 등록했는데 입국하는 사람이 워낙 없어서 사용을 못했다...
비가 내리다 말다를 계속하는데 우산은 짐 어딘가에 들어있는지 몰라 그냥 맞아가며 집에 도착했다.
집에 오자마자 내내 궁금했던 이효리 부모님에 대한 기사를 검색했지만, 별 내용은 없고 그냥 우면산이 무너졌지만 무사하세요.라는 기사... 타이완에서는 왜 과장을 했는지.


추억만이, 아니 기념품이 남았다.

'아시아에서의한때 > 타이완' 카테고리의 다른 글

타오위엔 공항-1  (0) 2011.08.14
Posted by 닛코